KBS 인간극장 '아버지의 정원으로'

아버지의 정원으로
방송일 : 2024년 11월 11일(월) ~ 11월 15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김윤지 취재작가 (02-782-8222)
제주 서귀포시, 올봄 문을 연 한건현(70) 씨의 정원.
만 4천 평에 달하는 이 정원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건, 이름도 낯선 ‘석부작’
제주 현무암 돌에 붙어 단단히 뿌린 내린 나무들만 천 점 이상인데
돌과 나무와 사랑에 빠진 남자, 건현 씨가 25년간 직접 만든 것들이다.
제주 말로 나무를 뜻한다는 '낭'을 따서 '돌낭'이라는 예쁜 이름도 붙였다.
아내 고영희(68) 씨, 아들 희천(38) 씨와 며느리 이은지(33) 씨
화가인 딸 한아(36) 씨까지 온 가족이 모인 아버지의 정원.
그런데 그날의 이야기만 나오면 가족은 울보가 된다.
청천벽력 같은 사고였다.
7년 전, 부모님의 양어장을 관리하던 아들 희천 씨가
2만 2,900볼트에 감전되어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1년 넘는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식이 고통스러워하는 건 차마 볼 수 없었던 부모님,
직장을 그만두고 남자 친구 곁을 지킨 여자 친구에 화가 동생까지,
모두가 똘똘 뭉쳐 간호했고, 희천 씨는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사고로 아이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했지만,
여자 친구와 결혼 후, 기적적으로 아들을 낳았고 명림이는 온 가족의 활력소가 됐다.
아들을 살리고, 중단했던 정원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가족.
희천 씨는 굴착기 자격증을 따 아버지와 함께 돌을 나르고,
서울에 살던 화가 딸 한아 씨도 정원 만들기에 합류했다.
정원으로 함께 출근하고, 퇴근도 함께 해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가족은
다 함께 꽃씨를 심고, 쉬는 날도 없이 일당백으로 정원 일을 해 나간다.
돌과 나무에 매달려 사는 아버지에겐 정원이 천국.
그 천국에서 아내 영희 씨는 정원 해설사가 됐다가
잡초를 뽑다가 식당에서 밥 짓느라 종횡무진 바쁘다.
돌밖에 모르는 자신 때문에 서운한 아내를 위해
건현 씨는 며느리 은지 씨와 함께 깜짝선물을 준비하는데...
특별한 아들의 생일, 건현 씨 부부는 아들을 위해 직접 회까지 뜨고,
희천 씨 생일 선물은 1박 2일 구미행. 은지 씨의 친정에 방문한다.
고압 전류에 감전된 아들을 살려내고 아버지의 정원으로 모인 가족들.
투박한 돌에 단단히 붙어 뿌리 내리는 석부작처럼
오늘도 가족은 정원에서 함께 삶을 뿌리 내려간다.
# 아방, '돌낭'이 뭐꽈?
제주 서귀포시의 푸르른 정원.
올봄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제주도 전통 대문, '정낭'을 지나 들어가면
100 여 가지가 넘는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반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건 단연
줄지어 돌 위에 앉아있는 나무들.
한눈에 봐도 독특한 모양의 나무들이 많은데,
바로 정원 주인장인 한건현(70) 씨가 유독 애정을 쏟는 ‘석부작’이다.
이곳에는 제주 현무암 돌에 이끼와 진흙으로 나무를 붙여
뿌리 내리게 한다는 '석부작'이 천 점 이상 있다는데,
25년간 돌과 나무에 빠져 석부작을 만들어온 건현 씨는
제주 사투리로 나무를 뜻하는 ‘낭’을 가져와
‘돌낭’이라는 예쁜 이름도 붙였다.
돌과 나무가 있는 이곳이 천국이라는 남편과는 달리
당장 식구들 먹을거리가 나오는
텃밭이 천국인 아내 고영희(68) 씨는
귤밭을 폐원시켜 귤 대신 석부작 농사를 지은 남편을
평생 뒷바라지하느라 손가락이 다 휘었다.
석부작을 만들면서도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던 부부.
운영하던 양어장이 안정되자,
본격적으로 석부작 만들기에 몰입한 아버지 대신
서른한 살 아들 한희천(38) 씨가 양어장 일을 맡았다.
그리고 7년 전, 청천벽력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 2만 2,900볼트에 감전됐다 살아난 불사조 아들
그때만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는 가족들...
7년 전, 양어장에서 일하던 희천 씨가
그만 전봇대 전압이라는 2만 2,900볼트에 감전됐다.
전신 3도 화상. 의식을 잃었다가 간신히 깨어나
서울 화상 전문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피부 이식 수술만 7번을 받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가족들도 고통스러워하는 희천 씨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부모님은 양어장과 가꾸던 나무도 다 팽개치고 서울로 올라갔고,
연애 2년 차, 여자 친구 이은지(33) 씨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서울에 살던 화가 여동생 한아(36) 씨까지,
병원 근처 작은 월세방을 구한 가족은
똘똘 뭉쳐 희천 씨를 간호했다.
결혼도 안 한 남자 친구의 식구들과
함께 살며 간호하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는
은지 씨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천사라 불렀다.
사고로 인해 아이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회복 후 결혼을 한 희천 씨와 은지 씨.
결혼한 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깨가 쏟아진다.
그리고 1년 전, 두 사람을 꼭 빼닮은 귀여운 아들 명림이가 태어났다.
그렇게 가족과 사랑의 힘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아들이 살아 돌아왔다.
# 우리는 아버지의 정원으로 출근한다
희천 씨는 회복 후 굴착기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정원 일을 시작했다.
귤밭에서 정원으로 돌을 옮기는 것만 3년.
지금도 돌담을 보수하거나, 석부작을 옮기는
힘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면 부자가 함께 나선다.
그림을 그리던 딸 한아 씨도 정원 만들기에 합류했다.
지금은 원예부터 인테리어, 카페 일까지 일이 바빠
캔버스 위보다 정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날이 많지만,
최근에도 전시회에 참여한 한아 씨는 퇴근 후 짬짬이 그림을 그린다.
오롯이 가족의 힘으로 가꿔가는 아버지의 정원.
만 4천 평에 달하는 정원에서
아내 영희 씨는 정원 해설사가 됐다가
잡초를 뽑다가, 가족들 식사까지 종횡무진 바쁘다.
석부작을 만드는 날.
영희 씨는 남편과 함께 으슥한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도착한 곳은 묘지. 부부는 이곳에 왜 온 걸까?
매표소, 카페 등 정원에서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며느리 은지 씨.
시집오기 전, 흙 만지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최근에는 나무에 대해 잘 알고 싶어 공부도 시작했다.
따로 또 같이 일당백으로 정원일을 해 나가는 가족들.
내년 봄을 책임질 유채꽃씨를 뿌리기 위해 한데 모이는데~
흥얼흥얼, 노래가 절로 나온다.
# 우리들의 아름다운 정원
정원으로 온 식구가 함께 출근하는 가족은
퇴근 후에도 1층과 2층, 한 지붕 아래에서 살며 24시간을 같이 보내는데
이 또한 아버지 건현 씨의 또 다른 꿈이었단다.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아들의 특별한 생일날.
부부는 아침 일찍부터 어판장에서 횟감을 사 오고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직접 회를 뜬다.
그리고 오랜만에 제주를 벗어나 1박 2일 구미로 떠난 희천 씨 부부.
바로 은지 씨의 친정이다.
외동딸이 일도 그만두고 아픈 남자 친구를 간호하겠다고 서울로 올라갔을 때
당장 서울로 달려갔다던 친정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석부작에 온 마음을 뺏긴 남편에게 서운했던 영희 씨,
어느 날, 남편에게 장난삼아, 석부작 하나 달라고 하니,
그것만큼은 안 된다고 했다는 돌 같은 남편.
그 일이 두고두고 서운한 영희 씨인데,
사실 남편도 아내 마음을 어찌 모를까~
아내를 위해 건현 씨가 며느리 은지 씨와 함께 깜짝선물을 준비한다.
한편,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조용한 정원에
버스 여러 대가 들어 온다.
가족은 마중까지 나오고, 손님들이 끝없이 내리는데,
살짝 긴장한 듯한 모습의 건현 씨.
과연 손님들은 누구일까?
오랜 세월을 지나 단단한 돌 위로 뿌리 내리는 소나무처럼,
온 식구를 흔드는 큰 사고도 찾아왔었지만
건현 씨의 가족은 더 단단히 뭉쳤고,
다 함께 희천 씨를 살려냈다.
그리고 아버지의 정원으로 모인 가족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일,
모두가 함께였기에 지금의 정원을 만들 수 있었다.
오늘도 가족은 정원에서 꿋꿋하게 삶을 뿌리내려 간다.
1부 줄거리
25년 동안 돌과 나무에 빠진 건현 씨는
올 봄, 그토록 바라던 정원을 열었다.
제주 아버지의 정원엔
아내와 화가인 딸, 그리고 아들 부부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일하고 있다.
퇴근 후에도 한 지붕 아래에서
그저 행복해 보이는 가족인데,
아들의 그 날을 떠올리며, 아버진 울고 만다.
연출 : 강효헌
글 : 김은희
조연출 : 전유진
취재작가 : 김윤지
닷뉴스 임윤슬 기자 dotnews@naver.com
출처 : 인간극장